ChatGPT나 Claude와 오래 대화해본 적 있으신가요? 처음엔 똑똑하게 대답하다가, 대화가 길어지면 점점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까 했던 말을 까먹고, 맥락을 놓치고, 심지어 자기가 한 말을 부정하기도 하죠.
이게 바로 컨텍스트 부패(Context Rot)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2025년 말,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RLM(Recursive Language Model, 재귀 언어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문을 처음 봤을 때 “아, 이거 내가 Claude Code 쓸 때 하는 것과 똑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글 후반부에서 설명드릴게요.
재귀 언어 모델이란? 컨텍스트 부패 문제의 해결책

이 개념은 2025년 10월 Alex Zhang, Tim Kraska, Omar Khattab이 처음 제안했습니다. 논문은 12월에 arXiv에 공개되었고, Prime Intellect는 이를 “2026년의 패러다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기존 LLM은 전체 입력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10만 토큰이든 100만 토큰이든 일단 다 읽고 답변하는 방식이죠. 문제는 모델의 컨텍스트 윈도우에는 한계가 있고, 길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재귀 언어 모델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전체를 다 읽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자.”
기존 방식 vs 새로운 접근법: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기존 LLM | 재귀 언어 모델 |
|---|---|---|
| 입력 처리 | 전체 컨텍스트를 한 번에 처리 | 환경(변수)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 조회 |
| 컨텍스트 한계 | 모델 윈도우 크기 (128K~2M) | 기존 윈도우의 100배 이상 처리 가능 |
| 성능 저하 | 길이 증가 시 급격히 저하 | 길이 증가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
| 비용 | 전체 토큰에 비례 | 실제 처리한 부분에만 비례 |
| 접근 방식 | “다 읽고 답해” | “필요한 것만 찾아서 답해” |
비유하자면, 기존 방식은 1000페이지짜리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질문에 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접근법은 목차를 보고, 필요한 챕터만 찾아 읽고, 그래도 부족하면 색인을 검색하는 방식입니다. 훨씬 효율적이죠.
작동 원리: REPL 환경에서의 자기 관리
실제 구현은 Python REPL(Read-Eval-Print Loop) 환경에서 이루어집니다. 조금 기술적인 내용이지만, 개발자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거대한 입력(예: 10만 줄 코드)을 Python 변수
context에 저장 - 루트 LLM은 이 변수를 직접 보지 않음 – 시스템 프롬프트만 받음
- LLM이 Python 코드를 작성해서
context를 탐색 - 필요하면 자기 자신을 재귀적으로 호출 (서브 쿼리)
- 결과를 조합해서 최종 답변 반환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 재귀 언어 모델 패턴 (개념적 pseudo code)
context = load_large_codebase() # 10만 줄 코드
# 기존 방식: 전부 읽고 답해
old_result = llm.query(full_context + question) # 토큰 초과!
# 새로운 방식: 필요한 것만 찾아서
def rlm_query(question, context):
# 1. 구조 파악 (Peeking)
structure = context[:1000]
# 2. 관련 부분 검색 (Grepping)
relevant = grep(context, pattern)
# 3. 필요하면 재귀 호출
if too_large(relevant):
chunks = split(relevant)
sub_results = [rlm_query(q, chunk) for chunk in chunks]
return combine(sub_results)
return llm.query(relevant + question)
핵심은 LLM이 스스로 어떻게 컨텍스트를 처리할지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이렇게 나눠서 처리해”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모델이 최적의 전략을 학습하고 선택합니다.
모델이 사용하는 4가지 핵심 전략
연구진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자발적으로 발견하고 활용합니다.
1. Peeking (엿보기)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 몇 줄만 먼저 확인합니다. 마치 책의 서문이나 목차를 훑어보는 것처럼요. context[:1000] 같은 코드로 구현됩니다.
2. Grepping (검색)
정규표현식으로 관련 정보를 필터링합니다. “error”라는 단어가 포함된 라인만 추출한다거나, 특정 함수 정의를 찾는 식이죠. 개발자에게 익숙한 grep 명령어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3. Partition + Map (분할 정복)
컨텍스트를 여러 청크로 나누고, 각 청크에 대해 자기 자신을 재귀 호출합니다. 10만 줄을 1만 줄씩 10개로 나눠서 각각 분석하고, 결과를 취합하는 방식입니다.
4. Summarization (요약)
하위 LLM 호출의 결과를 압축해서 상위 LLM에 전달합니다. 모든 세부사항을 올리는 대신, 핵심만 추려서 보고하는 거죠.
이 4가지 전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우리가 대규모 코드베이스를 분석할 때 쓰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사실상 “숙련된 개발자의 코드 리딩 전략”을 AI가 학습한 것입니다.
벤치마크 성능: 실제로 얼마나 좋아졌나

논문과 Prime Intellect에서 발표된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 벤치마크 | 특징 | 결과 |
|---|---|---|
| OOLONG | 장문 맥락 분류 및 데이터 추출 | 기존 LLM 대비 큰 폭으로 우수 |
| DeepDive | 웹 검색 도구 활용 복잡한 질문 | 환경 팁 제공 시 거의 2배 개선 |
| Verbatim-Copy | 정확한 텍스트 복사 | JSON 데이터에서 특히 우수 |
| Math-Python | 수학 문제 Python 풀이 | 오히려 성능 저하 (학습 필요) |
주목할 점은 모든 태스크에서 좋은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Math-Python 벤치마크에서는 오히려 기존 방식보다 성능이 떨어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해당 도메인에 대한 학습이 부족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이 오히려 신뢰가 갑니다. “모든 게 다 좋아졌다”고 하면 의심스럽죠. 장단점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기술 논문의 미덕입니다.
개발자에게 이게 무슨 의미인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패러다임이 실제 개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Claude Code는 이미 비슷한 패턴을 쓰고 있다
Anthropic의 Claude Code를 써보신 분이라면 느끼셨겠지만, 이 도구는 전체 코드베이스를 한 번에 읽지 않습니다. 대신:
Glob으로 파일 패턴 검색Grep으로 코드 내용 검색Read로 필요한 파일만 읽기Task로 서브에이전트에 작업 위임
이게 바로 앞서 설명한 Peeking, Grepping, Partition+Map 전략과 동일한 패턴입니다. Claude Code가 대규모 코드베이스에서도 잘 작동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Claude Code로 10만 줄이 넘는 프로젝트를 다뤄봤는데, 전체를 한 번에 읽으라고 하면 제대로 못 하지만, “이 패턴 찾아서 분석해줘”라고 하면 잘 해냅니다. 이게 바로 재귀적 접근의 힘입니다.
AI 코딩 에이전트의 미래
논문의 공동저자 중 Omar Khattab은 DSPy 프레임워크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연구 방향을 보면,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스스로 최적의 전략을 학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 더 큰 프로젝트를 AI와 함께 다룰 수 있다 – 컨텍스트 윈도우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 가능
- AI 활용 전략이 바뀐다 – “전부 다 보여주기”보다 “어떻게 탐색할지 가르치기”가 중요
이 접근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재귀 호출 비용, 오케스트레이션 복잡성, 그리고 전략 학습에 필요한 추가 훈련 등의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Math-Python 벤치마크에서 보듯이, 모든 태스크에 적합한 것도 아닙니다. 2026년 현재 대부분의 상용 서비스에는 아직 완전히 적용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무리: 컨텍스트를 늘리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 트릭이 아닙니다.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전환입니다.
기존: “더 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만들자”
새로운 접근: “컨텍스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자”
Prime Intellect가 이를 “2026의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컨텍스트 윈도우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 모델이 스스로 컨텍스트를 관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확장 가능한 해결책이라는 거죠.
개발자로서 이 트렌드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Claude Code, Cursor,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들이 점점 더 이런 패턴을 도입할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하는 개발자와 그렇지 않은 개발자 사이의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질 겁니다.
참고로, 구현체는 GitHub에서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직접 실험해보고 싶다면 alexzhang13/rlm 저장소를 확인해보세요.
참고 자료
- Recursive Language Models – arXiv 논문
- Alex Zhang 블로그 – RLM 소개
- Prime Intellect – RLM: the paradigm of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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