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3.7원 빠졌다. 종가 1,422.5원. 3개월 만에 최저다.
“환율 좀 떨어졌네” 하고 넘기기엔 이번 하락의 배경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가 직접 “약달러 괜찮다”고 말했고, 미국과 일본이 환율 공조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40년 만에 글로벌 통화 질서가 흔들리는 건 아닐까?
단순히 “환율 떨어졌으니 달러 사야 하나?”를 넘어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짚어보자.
📌 핵심 요약
- 트럼프가 “달러 약세? 좋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달러인덱스가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 미국과 일본이 환율 공조에 나서면서 “마러라고 합의”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1,400원”을 언급하는 등 한국 정부도 총력 대응 중이다
-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있어 자산 배분 재점검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왜 약달러를 원할까
1월 27일,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시장을 뒤집었다.
“달러는 훌륭하다. 스스로 적절한 수준을 찾아가게 하고 싶다.”
기자가 “달러 약세 우려하냐”고 물었을 때 답변은 더 직접적이었다. “아니, 좋다고 본다.”
역대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는 국익”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트럼프가 이걸 공개적으로 뒤집은 거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달러인덱스는 95.86까지 떨어졌고, 이건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관세 + 약달러 = 제조업 부활 공식
트럼프의 속내를 이해하려면 그의 경제 전략을 봐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달러가 강하면 미국 제품이 해외에서 비싸진다. 수출 기업에 불리하다. 반대로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제품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유인도 생긴다. 무역적자도 줄어든다.
여기에 관세까지 더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수입품엔 관세로 장벽을 치고, 수출엔 약달러로 날개를 달아주는 구조다. EU에 50% 관세를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약달러의 그림자
약달러는 양날의 검이다. 수입 물가가 올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트럼프와 파월의 충돌이 격해질 가능성도 있다.
“마러라고 합의”가 뭐길래
최근 외환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가 있다.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트럼프의 플로리다 사저 이름을 딴 이 용어는 1985년 플라자 합의의 현대판을 의미한다. 당시 미국은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과 합의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달러는 2년 만에 주요 통화 대비 약 50% 하락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미·일 공조의 증거들
1월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시장에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 주요 금융기관들에 엔화 환율 호가를 물어본 거다. 이건 보통 환율 개입 직전에 하는 행동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재무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가타야마 재무상도 “미일 공동성명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결과는? 엔화가 이틀 만에 3% 급등했고, 달러당 160엔에 육박하던 환율이 153엔대까지 떨어졌다.
💡 왜 미국이 엔화를 신경 쓸까?
엔화가 약해지면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른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 금리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 국채 금리 급등의 원인은 일본 국채”라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플라자 합의의 교훈: 일본은 어떻게 됐나
여기서 잠깐.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짚고 넘어가자.
엔화가 2년 만에 50% 절상되면서 일본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만회하려고 금리를 대폭 낮췄다. 싼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거품이 꼈다.
1989년 말, 닛케이지수가 38,915까지 치솟았다. 도쿄 땅값이 미국 전체 땅값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버블이 터졌다. 일본은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게 된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약달러 정책이 어떤 나라에 플라자 합의의 악몽을 안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국도 게임에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마러라고 합의가 일본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까지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1월 14일, 베센트 재무장관은 구윤철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원화 약세는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재무장관이 타국 통화가 “저평가됐다”고 공개 발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과거엔 주로 “원화가 인위적으로 약하다”고 비판하는 쪽이었는데, 이번엔 정반대다.
대통령이 직접 숫자를 말했다
한국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을 놀라게 하는 발언을 했다.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대통령이 환율의 구체적인 숫자와 시기를 콕 집어 말한 건 전례가 없다. 발언 직후 환율은 1,481원에서 1,468원으로 12.6원 급락했다.
이게 단순한 희망사항일까, 아니면 뭔가 카드가 있는 걸까?
국민연금이라는 숨은 카드
1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렸다. 1월에 기금위가 열린 건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핵심은 “전략적 환헤지”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거래가 발생한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니 원화가 강해진다.
현재 환헤지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이걸 일본·호주·대만 수준인 2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500억~600억 달러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상당한 원화 강세 압력이다.
기금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특정 환율(1,473원 추정)에서만 헤지했는데, 이제 수시로 달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신호들
트럼프 발언만으로 달러가 이렇게 빠질까? 사실 구조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
최근 월가에서 “Sell America(미국 자산 매도)”라는 말이 돌고 있다. 그린란드 합병 위협으로 동맹국들과 갈등이 생겼고, 트럼프가 파월 의장 교체를 시사하면서 연준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었다. 전방위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커졌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다. 그 지위는 “미국을 믿을 수 있다”는 신뢰에 기반한다. 그 신뢰가 흔들리면 달러도 흔들린다.
| 지표 | 수치 | 의미 |
|---|---|---|
| 달러인덱스 | 95.86 | 4년 만에 최저 |
| 1개월 하락폭 | -2.19% | 급격한 하락세 |
| 12개월 하락폭 | -11.10% | 장기 약세 추세 |
|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 84.5 | 12년 만에 최저 |
환율 하락, 내 지갑엔 어떤 영향?
환율이 떨어지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한국 경제 주체별로 살펴보자.
수출기업: 웃을 수만은 없다
원화가 강해지면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같은 100달러짜리 제품을 팔아도 원화로 환산하면 금액이 줄어든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서, 업종별로 영향이 다르다.
소비자: 해외직구·여행 찬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 해외직구 가격이 싸진다. 해외여행 비용도 줄어든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송금 부담이 가벼워진다.
해외주식 투자자: 환차익 vs 환차손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상황이 복잡하다. 환헤지 없이 투자했다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환율 하락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지금 달러를 사서 투자하면 나중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환차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환율은 어디까지 갈까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반등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며 하방 압력이 우세한 환경”이라며 “상반기 중 점진적으로 하단을 낮춰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M증권은 “미·일 외환 공조 강화에 따른 약달러 기조”를 감안해 예상 환율 밴드를 1,410~1,460원으로 제시했다.
KB국민은행 분석에 따르면, 환율은 상승 후 상승폭의 약 70%를 되돌리는 경향이 있다. 2025년 하반기에 약 130원 올랐으니, 90~100원 하락 가능성이 있다. 계산하면 1,350원대까지 열려 있는 셈이다.
4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도 변수다. 글로벌 자금이 한국 국채로 유입되면 원화 수요가 늘어난다.
| 시나리오 | 예상 환율 | 조건 |
|---|---|---|
| 기본 | 1,380~1,420원 | 현 추세 유지 |
| 낙관 | 1,350원대 | 마러라고 합의 현실화 + WGBI 효과 |
| 비관 | 1,450원 재돌파 | 트럼프 정책 급변 또는 글로벌 위기 |
투자자가 점검해볼 것들
환율 방향이 바뀌면 유리한 자산과 불리한 자산이 달라진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원화 표시 자산(국내 주식, 부동산)과 신흥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금이나 원자재도 달러 약세 시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환헤지 없이 투자한 해외주식은 주가 상승분에 환차익까지 더해질 수 있다.
반면 달러 예금이나 달러 채권은 환차손 위험이 있다. 환헤지 된 해외주식 ETF는 환차익을 못 누린다.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은 오히려 원가 부담이 줄어 수혜를 볼 수 있다.
💡 점검 포인트
- 달러 예금이 있다면 분할 환전을 고려해볼 수 있다
- 해외주식 추가 매수를 계획 중이라면 환율 추이를 보며 나눠서 사는 것도 방법이다
- 환헤지 ETF와 비헤지 ETF 중 고민된다면, 달러 약세 전망 시 비헤지가 유리할 수 있다
- 국내 주식 중에서는 원화 강세 시 수출주보다 내수주가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
⚠️ 투자 유의사항
위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환율은 예측이 어렵고, 개인의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입니다. 큰 투자 결정 전에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결론: 40년 만의 변화를 주시하자
이번 환율 급락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단순히 “트럼프가 한마디 했으니 잠깐 떨어진 거”로 보기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일 공조, 한국 정부의 총력 대응, 달러 신뢰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언제든 “강달러가 좋다”고 입장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제조업 부활 전략이 유지되는 한, 약달러 기조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마러라고 합의”가 실제로 체결될지, 플라자 합의처럼 역사에 남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40년 만에 글로벌 통화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겪은 일을 떠올리면, 이 변화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겐 위기가 될 수 있다.
투자자라면 이 변화를 무시하기보다, 시나리오별로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환율이 1,400원을 뚫고 내려갈 때, 1,350원대로 갈 때, 반대로 다시 1,450원을 넘을 때. 각각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두자.
📚 참고 자료
- 서울신문 – 달러 가치 4년 만에 최저 (2026.01.28)
- 헤럴드경제 – 트럼프 “달러는 훌륭하다” (2026.01.28)
- 글로벌이코노믹 – 미일 공조 환율 개입 (2026.01.26)
- YTN – 이재명 대통령 환율 발언 팩트체크 (2026.01.22)
- 아시아투데이 – 베센트 재무장관 원화 발언 (2026.01.15)